2010년 인권논문 공모전 최우수상을 거부하며
이 상 윤
나는 성전환자와 관련한 논문으로 인권위 주관 공모전에서 학생부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기뻤다. 상금은 물론이고, 내 '스펙'이 쌓여가는 느낌에 벌써 취직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로스쿨에 재학중이다. 그것도 무려 '인권법'이 특성화인 학교.
인권법에 관심이 있었고, 관련한 변호사가 되고 싶었으며,
수상으로 인해 왠지 인권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 여고생의 수상 거부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갈등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이미 수상을 주장하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도, 수업중에도 계속 수상의 당위성을 주입시켰다.
심지어 이 순간에도 그렇다.
하지만, 내 검은 속마음보다 김은총 양의 용기가 더 밝았다.
로스쿨 동료들의 조언과 격려로 쓰여진 논문이다. 그들의 격려가 더 빛났다.
어두운 모텔방 한켠에서 홀로 호르몬을 주사할, 성전환자의 삶에 대한 희망이 내 검은 마음보다 더 눈부셨다.
그래서 나는 희망의 이름으로 수상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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