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강행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윤석열 정부가 기어이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협의가 마무리되고,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중에 기본계획을 고시한다고 한다. 총사업비 협의는 지난해 10월에 시작되어 연내에 마무리될 예정이었는데 8개월 가까이 소요되었다. 협의가 이렇게 길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도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따라 예산을 투입할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23년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제2공항 총사업비는 6조 8900억원으로 2016년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4조 7800억보다 44%나 증액되었다. 예비타당성보다 15% 이상 증액되면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된다. 그런데 지가와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15%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당성 재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실상을 호도하는 거짓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예비타당성 당시에는 국제선 전부와 국내선 50%를 제2공항에 배정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기본계획에서는 국내선 50%로 변경했고, 면적도 763만㎡에서 550만㎡로 축소됐다. 그런데 사업비는 지가·물가상승분을 제외하고도 12% 가량 늘어난 것이다. 규모에 비추어 보면 최소 20% 이상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초기에 기획재정부에서 타당성 재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공항 이용객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있고 제주도민 다수가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여러 공항 건설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 등도 제2공항 총사업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결국 사업비를 단계별로 쪼개는 조삼모사 방식으로 협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가 87조원이다. 사회복지, 지역화폐 등 서민들을 위한 예산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지출을 28조나 줄였는데도 그렇게 큰 적자가 난 것이다. 재벌과 부자들의 세금을 대폭 깎아주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1분기에만 적자가 75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나라의 살림이 이런데 제2공항과 같이 불요불급한 사업에 수조원을 낭비하는 것이 가당한가? 서민의 피땀을 짜서 재벌만 살찌우는 윤석열 정부의 ‘나쁜 정치’가 합리적인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짓눌러버린 것이다. 물론 국민을 향해서는 ‘재정 건전성’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면서 권력의 불합리한 지시에는 꼬리를 내리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부당한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첫째, 제주의 항공수요가 10년 가까이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관광객은 2022년 대비 3%가 줄어든 1,337만명이었다. 올해 제주도의 관광객 유치목표도 1,400만명이다. 정점이었던 2016년 1,580만명에 비하면 150만명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경제성장률 저하 등 수요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고려할 때 제주의 관광객수는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데 왜 제주도의 가장 소중한 환경·생태자원을 대규모로 파괴하면서 제2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말인가?
둘째,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전문기관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부지와 주변 지역의 환경에 미칠 치명적인 피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국환경연구원을 비롯한 환경전문기관들은 항공기-조류충돌 위험 예방과 조류서식지 보호 간의 상충, 빗물을 빨아들이는 숨골을 막을 경우 지하수 함량과 재해에 미칠 영향, 법정보호종 등의 보전방안 미흡 등을 들어 제2공항 계획부지가 환경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21년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내용이 달라지지도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 쟁점들을 해소하라는 조건이었다. 2019년부터 세 차례나 보완을 거치고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한단 말인가? 결국 지역사회에 소모적인 갈등만 부추기고, 2천억원에 달하는 설계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셋째,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는 한동안 잠잠했던 투기와 난개발의 붐을 다시 조장할 것이다. 제주의 건설업은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신규 공사도 줄면서 극심한 침체상태다. 숙박업을 비롯한 자영업도 임대료 등 비용상승과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압박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2010년대 중반 과열되었던 투기성 거품성장이 붕괴한 결과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여 분양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반면, 서민들의 생활비용은 소득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임대료 상승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업을 접어야 했으며, 농업의 경쟁력도 약화되었다. 그리고 투기붐이 일으킨 난개발 광풍에 제주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천혜의 자연은 갈갈이 파헤쳐졌다. 지금은 고통을 최대한 줄이면서 연착륙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거품을 거품으로 막으려 하다가는 더 큰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제주의 소중한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 것이다.
넷째, 제2공항 건설은 발등의 불인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한다. 제주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다. 집중폭우와 가뭄 등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해수면이 상승해 용머리 탐방로가 거의 1년 내내 바다에 잠기고, 산호가 집단폐사하고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바다가 사막화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농작물, 어류, 가축에도 큰 피해를 주어 1차산업을 위협한다. 그래서 제주도정도 카본프리 아일랜드까지 선언하며 탄소중립에 앞장선다고 했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고 있다. 항공은 최대의 탄소배출 산업이다. 또 제2공항 건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탄소흡수원인 녹지와 농지를 대규모로 없애버린다. 그리고 그에 이어질 도로와 숙박·휴양시설 건설 등은 탄소흡수원을 더 많이 없애고 재해위협을 증가시킨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입에 올리면서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다섯째,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의 일방 강행은 도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반민주, 반국가적 행위다. 제주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제2공항 건설 여부는 제주도민이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지방자치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도 제주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제주도민의 동의 없이는 강행하지 않겠다고 수차 약속했다. 그런데 언제 제주도민의 동의를 얻었는가? 2021년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국토교통부 3자 합의로 실시된 공식 여론조사는 물론 그 이후 언론사가 실시한 수많은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다 반대가 우세했다. 더구나 찬성과 반대를 넘어 제주도민의 70% 이상이 주민투표 실시에 동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도민과의 약속을 짓밟는 일방적 강행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기본계획을 고시하고자 한다면, 먼저 제주도민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주민투표부터 실시하라!
오영훈 도지사에게도 경고한다. 최근 오영훈 도지사의 행보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제2공항 건설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자신의 임기에만 ‘반짝’하면 그만이라고 생각으로 소중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그리고 결국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건설투기 붐을 일으키려고 한다면, 과거 몇몇 도지사들처럼 제주를 망가뜨린 역사의 죄인으로 도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오영훈 도지사는 제2공항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공약한 대로 도민의 결정권을 보장하라!이는 오영훈 도지사뿐 아니라 지역의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요구이기도 하다.
22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22대 국회,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준 국민의 뜻을 명심하기 바란다. 서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재벌과 부자만 배불리는 반민중적인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부치는 윤석열 정부의 무도한 행태에 확실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불필요하게 혈세를 낭비하고, 나라와 세계의 보물인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제주도민의 의사를 깔아뭉개는 제주 제2공항의 일방적 강행을 막기 위해 국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에 다시 한번 분명히 경고한다. 민의의 분노를 시험하지 말라!불필요하고 부정의한 제2공항 개발계획에서 손을 떼라! 분노가 거대한 화산이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격랑에 휩쓸리게 될 무리수를 선택하지 말고 즉각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강행을 중단하라! 제주도민의 결정권을 존중하여 주민투표를 실시하라!
2024년 7월 1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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