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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쩐의 노예'가 된 제주, '돈의 주인'이 되는 제주

내가 아는 분 중에 돈을 많이 번 기업가 한 분이 있다. 그 분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수 있느냐고 질문하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돈이 사람을 따라와야지 사람이 돈 따라가면 안 돼. 돈 좋다고 따라가면 무리가 따르고 결국은 패가망신하게 되지.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고객을 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 그럼 돈은 자연히 따라와”

  돈은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다. 몸뚱이를 지닌 우리는 돈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또한 이왕이면 돈이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이 좋다.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돈을 사랑하는 것은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 돈은 짠 바닷물과 같아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목마르게 되고 심지어는 파멸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러기에 현자들은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의 주인이 되라고 하였다. 돈이 많든 적든 자족하면서 나, 너, 그리고 우리가 보다 행복해지는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실히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럴 때 돈도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고 한다.

 

제주도 마찬가지이다. 돈이 제주를 따라와야지 제주가 돈 따라가면 안 된다. 그런데 국제자유도시는 어떤가? 국제자유도시란 사람ㆍ상품ㆍ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제주를 돈 벌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 국제자유도시의 요체이다. 거기에는 삶의 질이나 행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지가 않다. 한마디로 제주가 돈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제주도정의 정책 추진에 무리가 따르게 되고 패가망신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도민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그렇게 돈을 따라가면서도 정작 돈을 제대로 벌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기준으로 제주의 일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1,604만 원으로 16개 시ㆍ도 중 12위에 불과하여 하위권에 속한다(참고로 1위는 울산광역시로 4,451만 원이고, 16위는 대구광역시로 1,306만 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제주가 돈을 따라가지 않고 돈이 제주를 따라오게 할 수 있을까? 제주가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돈의 주인이 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점을 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 제주도정은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이다. 천박한 상업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내국인카지노 유치노력이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상당수의 도민은 이런 도정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은 결국은 제주를 망칠 것이다. 이제는 돈 위주의 생각을 접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제주가 돈을 잘 벌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제주가 사람을 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제주에서 생산된 상품이 사람을 보다 행복하게 해주려면, 또 제주를 찾아온 사람이 보다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하는 가운데서 제주의 새로운 비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 나아가 온 세계가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제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자 애를 쓰며 노력할 때 그에 걸 맞는 제주의 미래 비전이 나오게 될 것이다. 제주가 그런 비전을 추구할 때 제주는 온 세계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면서 누구나 와서 살고 싶은 아름다운 곳으로 도약할 것이다. 돈도 자연히 제주를 따라오게 될 것이다. /신용인 변호사

 

2009년 10월 25일 (일) 12:57:06

 

이글은 본 센터 신용인 운영위원이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