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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제주가 세계환경수도를 꿈꾼다면…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부에 있는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그러나 1992년 독일환경원조재단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151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등을 하여 ‘독일연방의 환경수도’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오늘날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을 넘어 유럽의 환경수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독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이처럼 환경수도로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이었다. 1974년 국책사업으로 프라이부르크 인근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추진되자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이에 대한 반대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하였다. 이러한 반대운동은 시당국의 동조를 얻었고 결국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은 철회되었다.

  주목할 점은 반대운동을 통하여 시민들은 물론 시당국까지도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의식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단순한 반대를 넘어 생활에서의 ‘에너지 절약운동’을 철저하게 전개하였을 뿐 아니라 포럼을 열어 친환경적 개발의 아이디어들을 제시하였다. 시당국은 이를 토대로 하여 친환경적인 정책들을 혁신적으로 시행하였고 시민들은 이에 적극 호응하였다. 이러한 시민과 시당국의 파트너십이 프라이부르크를 미래 생태도시의 상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최근 제주도정은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조성하기 위한 10개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요를 살펴보면 내년부터 2012년까지는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제주의 세계적인 환경가치 유지ㆍ확산 및 분야별 TOP 프로젝트를 발굴하며,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협력 체계와 발전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구상이 아닐 수 없다. 그 구상이 꼭 실현되어 제주가 세계의 환경수도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주해군기지, 비양도 케이블카 등 환경 관련 이슈에 대한 제주도정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진정성이 담긴 구상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이런 의구심은 필자의 착각에서 기인한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런 입장에서 제주도정에게 다음의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프라이부르크가 환경수도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의식 전환이 이루어졌다는데 있다. 따라서 제주도정이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만들고자 한다면 스스로부터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는 개발지상주의나 경제중심주의적 사고를 분연히 떨쳐버려야 한다. 세계환경수도에 걸맞게 생태중심주의적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 또한 그 관점에서 모든 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

  둘째, 변화는 제주도정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프라이부르크가 환경수도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민관의 파트너십에 있다. 그러나 지금 제주도정은 시민단체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소통’이 지역사회의 화두가 될 정도로 시민과의 파트너십 부재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환경수도는 어림없는 꿈이다. 따라서 제주도정은 시민단체와의 파트너십 구축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 파트너십을 동력으로 하여 제주를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

  제주도정이 환골탈태하여 민관의 멋진 파트너십으로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제주는 프라이부르크를 훌쩍 뛰어넘는 미래 생태도시의 상징으로 환히 빛나게 될 것이다. /신용인 변호사 

2009년 11월 15일 (일) 20:26:18   이글은 본 센터 신용인 운영위원이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