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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제주가 지구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몰리는 날엔…

제주가 지제주가 지구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몰리는 날엔…
[이어도가 어디꽈] 패러다임의 변화와 국제자유도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는 전 세계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망라되어 있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기후변화보고서를 발표한다. IPCC는 지난 2007년 5월 방콕총회에서 제4차 기후변화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그 보고서는 인류가 삶의 방식을 자연친화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2100년경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섭씨 6.4도 상승하면서 인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 종들이 멸종할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려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구온난화 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의 파괴, 사막화 및 수자원 고갈, 식량위기, 각종 환경오염 등 전 지구적 생태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류의 사고방식이었던 경제지상주의는 자연에 대한 착취와 파괴를 합리화시킴으로써 오늘날의 생태위기를 초래한 근원으로 지목되어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이에 인류는 생태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환경ㆍ사회ㆍ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함으로써 전 지구적 생태위기에 대처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시대의 패러다임이 경제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 과정에서 저탄소시장 등 거대하고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생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의 CEO 출신답게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와 그로 인한 경제적 기회를 재빨리 포착하고 한국의 발전전략으로 녹색성장을 주창하였다. 녹색성장은 비록 경제지상주의적 시각을 탈피하지 못하고 4대강 개발에 치중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돌이켜 제주를 보자.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생태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제주의 장점인 자연을 잘 활용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제주만의 고유한 발전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제주의 공식 비전인 국제자유도시는 이러한 발전 전략을 담아낼 그릇이 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전 지구적 생태위기의 근원으로 지목되어 몰매를 맞고 있는 경제지상주의를 그 모토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를 치열하게 추구하면 할수록 인류 멸종에 보다 더 기여하게 된다는 기가 막힌 모순에 빠져버린다.    경제지상주의가 주류의 시절이던 20세기에는 국제자유도시가 어느 정도 적실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지구적 생태위기 하에서 녹색이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시대적 적실성을 상실하여 한물간 개념으로 전락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지구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릴 수도 있는 난감한 개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제주는 지금 국제자유도시에 집착하고 있다. 

2009년 09월 22일 (화) 07:49:08

※ 제주평화인권센터 신용인 운영위원이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