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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편지/이야기 산책

제주국제자유도시 ‘원조’는 박정희 전 대통령

제주국제자유도시 ‘원조’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신용인의 이어도가 어디꽈]국제자유도시가 제주 비전이 된 까닭은

 

 

제주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수립ㆍ확정함으로써 국제자유도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도민 중에서 국제자유도시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제주도정은 여전히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외치지만 대다수의 도민들에게는 자신들의 삶과는 무관한 공허한 외침으로만 들리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 아닐까?

제주에게는 국제자유도시란 비록 화려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자기 몸에 전혀 맞지도 않고 유행에도 뒤진 옷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런 국제자유도시가 제주의 미래비전으로 공식적으로 제기되었을까? 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국제자유도시의 유래를 살펴보자.

국제자유도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5ㆍ16 군사쿠데타로 집권을 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만나게 된다. 당시 박정희 군사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는 방안으로 제주도를 자유지역으로 만드는 구상을 하였는데 바로 이 구상이 국제자유도시의 기원이 된다. 따라서 박정희는 국제자유도시의 아버지라 불릴 수도 있겠다. 아마도 박정희는 동북아 지도를 펼쳐놓고 보다가 제주도는 지정학적 위치상 자유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제주도 자유지역 설정 구상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가안보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그 후 중앙정부는 1980년 다시 자유항 설치를 검토하였으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막대한 투자재원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결국 이를 유보하였다.

이처럼 제주도민의 정서와는 매우 이질적인 자유지역이나 자유항 구상이 연거푸 나오게 된 것은 중앙정부의 시각에서 제주를 피상적으로만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중앙정부와 제주도정이 의기투합하여 종전의 자유지역이나 자유항을 업그레이드시킨 국제자유도시를 제주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당시 제주도정은 중앙정부와 달리 제주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국제자유도시가 제주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생각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였는지 자못 궁금하다. 아마도 계속되는 지역 경제의 침체를 어떻게 해서든지 탈출하고자 하는 급한 마음이 그렇게 몰고 간 것 같다. 그러한 조급함은 투자유치에만 급급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제주는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투자자의 눈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을 성급하게 채택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자유도시가 제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주도민들은 원주민화 되어 생존조차 위협받을 것이라고 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다수의 도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그 당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도민들의 지혜를 한데 모아 제주의 자연ㆍ문화ㆍ역사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제주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창의적인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 제주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짙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신용인 변호사

2009년 09월 25일 (금) 12:22:02

※ 제주평화인권센터 신용인 운영위원이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