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체계 개편,
과연 제주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소수자의 입장에서 교통체제 개편이 이뤄졌나?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관광안내자가 나름 제주에 대해 열심히 안내하고 있다.
"제주버스에는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습니다"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
문장이 참으로 웃긴다. 누군가가 관찰자의 시선으로 제주도 또는 제주사람을 또 다른 방문자에게 설명하는 듯 하다.
'이웃'은 '이웃'인데 '제주도 이웃'이다. '이웃'이면 그냥 '우리 이웃'이지 왜 제주도 라는 부연설명을 달았을까? '제주버스'라는 교통체계의 이름을 달았으면서 굳히 '제주도'라고 밝히는 이유는 멀까? 누군가에게 '제주도'라는 것을 꼭 그렇게 강조하여 설명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 다음 단어도 희안하다.
보통 '이웃'이라고 하면 자신과 관계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을 일컫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이웃'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제주도 이웃'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방문객에게 제주도 사람들이 그들의 이웃이라고 강조하는 건가? 방문객이 제주도 사람들과 이웃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가?
'타고 있어요'. 굳히 설명이 필요한 제주도의 풍경인가? 늘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되어왔고, 구경거리가 됨에 익숙해버린 웃지 못할 관광지의 비애인 듯 하다.
제주지역을 홍보하거나 제주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거나, 또는 편리함을 보여주거나 친근함을 보여주거나 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누군가가 제주버스를 구경하고 있고, 누군가가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있고, 버스라는 진열장에 놓은 사람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이 구경거리로 전락 되어 '제주도 이웃'이라는 어색한 팻말을 들고있다.
문장 한 마디에 뭐 그리 야박하게 따지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제주행정이 제주사람을 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서 아주 불편하다. 우리는 꼭 그렇게 누군가에게 구경꺼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냥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이용하는 버스에도 꼭 관광이라는 시각을 집어넣어야 하나? 구경하는 사람과 구경 당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서로의 관계를 강요하는 듯한 저 어색한 제주교통체계가 나는 아주 불편하다.
그냥, 아주 그냥, 아주 단순하게 '우리 함께 타고 가요'라고 편하게 한마디 하는게 낫지 않을까?
버스를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편협한 시각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달라진 버스의 디자인을 보면 타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내를 걷다보면 저 멀리서 뚜렷한 원색의 버스가 오고 감을 잘 알 수 있다. 앞뒷면과 좌측면의 번호도 잘 보이는 듯 하다. 그런데 정작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우측앞면은 버스를 실제 타는 사람이 필수적으로 지나가는 통로이다. 위의 버스 디자인을 보면 버스 탑승구 주변에 노선을 알려주는 글귀가 있다. 탑승하면서 짧은 시간에 읽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내용이 많다 보니 글씨가 작다. 직관적으로 노선을 이해할 수 있는 버스번호는 하차통로 아래에 쓰여져 있다. 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나이든 어르신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정한 버스 디자인이다. 과거의 버스 디자인보다도 한참을 더 후퇴한 퇴보이다. 교통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해놓고서는 대다수의 시각이 더 강화된, 소수자의 시각은 아랑곳하지 않는 참 무심한 개편이다.
소수자에 대한 불편한 시각은 이 뿐만이 아니다. 환승시스템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용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급한 마음이 앞서는 학생들에게는 번거롭고, 어르신들에게는 환승이 어렵기만하고 이동기간이 대폭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보다 더 많은 정보습득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그 불편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제주도는 버스정류장마다 안내인을 배치해서 교통체계개편에 따른 불편을 해소한다고 하지만, 결국 행정의 정책을 소수자 중심의 시각으로 변경하거나 낮출 생각을 하지 않고, 행정의 생각만을 제주도민들을 가치르치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버스전용차로제나 버스중앙차로 등에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연구기관의 용역결과만 가지고 밀어붙인 결과이다. '열린행정'이니 '인권행정'이니, '다가서는 행정'이니 말로는 떠들지만 정작 중요한 행정정책은 자신들의 정책을 도민들에게 공부해서 따르라고 한다. 무료니까 더 열심히 배우고 따르라고 훈계하는 듯하다. 정말 자유로운 이동권이라면 소수자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도 당연히 포함되는게 아닐가?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것만이 이동권 보장이 아니다.
형식적 절차만 중시하는 탁상행정, 주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엘리트행정이 타지역의 문제가 아님을 제주도 행정이 다시한번 고민해봐야 한다.
제주지역의 인권은 제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성취되어야 하며, 그를 위해서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발전과 성장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제주 공동체가 되길 바래본다.
끝.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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